오늘은 8시에 기상하고 귤과 바나나를 먹고 스트레칭을 살짝 했다 9시부터 12시까지 연습하기
서연이가 우리집에 와서 나에게 충전기를 맡겼고, 난 그 옆에 달린 가느다란 실을 머리카락이라고 생각해서 잡아 당겼다. 그런데 마치 낚싯줄처럼 안 끊어지는 거야. 그래서 힘껏 잡아 당겼더니 고무줄처럼 튕겨서 끊어지더라구. 서연이가 애 둘 보느라 정신 없는데 그런 것까지 신경쓰게 하다니 너무 미안한 거야. 그래서 끊어진 선을 어떻게든 연결해 보려고 했어. 그런데 아무리 구리선을 이으려 해 봐도 계속 실패였어. 구리선 옆에는 세 개의 소네트가 있었고 그걸 색깔 맞춰 끼우느라 고생했지. 서연이가 알까봐 맘은 점점 급해지고... 답답한 상태에서 아침에 눈을 떴어.
김영하씨의 소설은 늘 초판 1쇄를 구입하게 되는데 이번 소설은 유독 내 마음에 든다. 딸바보 열풍에 칼을 꽂았다. 애정이랍시고 사람이 사람에게 엉기고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질척한 예후를 보이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절제 없는 사랑, 머리 나쁜 사랑은 언젠가 늪이 되고 만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찌질한 주인공들의 행동을 그 동기부터 이해할 수 있었다. 덕분에 주인공과 나와의 거리가 멀지만은 않다는 걸 알고 나를 좀더 객관화하게 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인지 스스로를 단도리해야겠다는 긴장감도 생긴다. 진화하는 작가님만큼 나도 점차 진화하는 독자가 되고 싶다.
인기 드라마처럼 뒷 이야기가 궁금해 수시로 책에 손이 갔다. 결말을 미리 보고 싶었지만 잘 참고 순서대로 읽었다. 읽고 나니 왜 미국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는지 알 것 같다. 대중적 인기를 끌어 모을 만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1. 사건의 이유와 비밀이 최대한 늦게 밝혀진다. 끝장까지 읽어야만 퍼즐이 맞춰진다. 조금씩 힌트가 주어지고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독자에게 놀라움을 준다. 2. 선악구조가 명확하다. 악인의 불행한 결말이 쾌감을 선사한다. 권선징악 3. 모정이 주요 테마가 된다. 공감대 확장 4. 주인공들이 매우 매력적 인간형. 특히 외적으로 5. 자녀 교육이라는 만인의 관심사를 소재로 함. - 학부모들의 교육적 고민과 내새끼니즘의 심리를 매우 현실감있게 묘사했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자식교육과 ..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 이라는 말이 참 좋다.
손도 잘 보이고 소리도 잘 들리는 명당에 앉아 감상했다. 금호아트홀은 독주회 감상하기 아주 좋은 홀이다. 궂은 날씨지만 베토벤 소나타 18번과 리스트 소나타가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어 기꺼이 왔다. 요즘 여유가 있어 연주회에 자주 오니 더더욱 음원을 못 듣겠다. 18번 1.3악장은 작년에 오래 연습해서 내 소리에 내 귀가 지쳤지만 전문연주자의 연주를 통해 정화되는 느낌이다. 4악장을 아주 신나게 표현하셔서 1부 끝나고는 기분이 맑고 상쾌해졌다. 2부 리스트 소나타.. 연주자의 연륜이 느껴졌다. 템포를 안정적으로 눌러 잡고 길게 호흡하시며 연주하셔서 듣는이가 너무 편안했다. 그 덕에 리스트 소나타를 아주 천천히 곱씹으며 감상한 기분이다. 정말 우아하고 웅장하고 멋진 곡이라는 걸 새삼 깨닫고 깊은 감동을 ..
이 책은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장강명이란 작가를 다시 보게 됐다. 내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책이었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을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기득권을 가진 50대, 정규직을 꿰찬 3,40대 비정규직 20대,, 객관적으로 볼 때 가장 약자는 비정규직 혜미씨이지만, 나도 모르게 정규직 은영의 입장에 공감하며 그녀를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터특한 나름의 태업과 대응전략을 부도덕하다고 욕하고 있었다. 이는 작가의 의도적 장치로서 결국에는 독자의 죄책감을 유발하게 된다. 사실 진짜 부도덕한 자는 누구인가? 20대 여성에게 쥐꼬리만한 월급과 불안정한 고용을 제공하며 상냥함을 더불어 요구하는 마초 상관들 아닌가? 무지막지한 통근 시간을 감내하게 하는 엄청난 집값 ..
팔레스타인인 작가 에드워드 사이드와 유태인 피아니스트 바렌보임의 대담을 다룬 책. 두근두근 P.147 분명한 사실은 바그너의 반유대주의적 견해와 글들이 실로 기괴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순전히 정서적인 측면에서 옛 작곡가와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가능하다면 바그너는 피하고 싶은 것이 제 심정입니다. 모차르트라면 기꺼이 하루 종일 따라다니겠지만 말입니다. P.162 저는 대표적인 바그너라이트든 대표적인 유대인 지휘자이든 그 무엇도 대표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그너 작품에 집착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그것이 음악적으로 중요하고 저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P.164 우리를 미워했던 사람들을 일반화해 비판할 그 어떤 권리도 제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랬다가는 그 오랜 시간..
동물 농장 이상으로 충격적인 책이었다. 르뽀와 에세이와 소설을 버무린 흡인력있는 소설이다. 가난을 바닥까지 체험하고 전쟁터에 뛰어든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누가 봐도 끔찍한 체험을 치밀하고 담담하게 서술했다. 백년 뒤의 자본주의 첨단사회의 시민인 나는 그야말로 안전하게 몸서리를 치며 읽었다. 일종의 아주 약하디 약한 예방주사라고 봐도 되겠다. 이런 게 살아남은 문학의 즉 고전의 가치겠지. 늘 정신과 마음의 근육을 조금씩 단련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