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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장강명이란 작가를 다시 보게 됐다. 내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책이었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을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기득권을 가진 50대, 정규직을 꿰찬 3,40대 비정규직 20대,, 객관적으로 볼 때 가장 약자는 비정규직 혜미씨이지만, 나도 모르게 정규직 은영의 입장에 공감하며 그녀를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터특한 나름의 태업과 대응전략을 부도덕하다고 욕하고 있었다. 이는 작가의 의도적 장치로서 결국에는 독자의 죄책감을 유발하게 된다.
사실 진짜 부도덕한 자는 누구인가? 20대 여성에게 쥐꼬리만한 월급과 불안정한 고용을 제공하며 상냥함을 더불어 요구하는 마초 상관들 아닌가? 무지막지한 통근 시간을 감내하게 하는 엄청난 집값 아닐까ㅠ 그 와중에 낀 세대 화자는 중장년 세대의 시스템에 순응하여 몸바쳐 일하고 있으며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20대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있다. 이들도 죄가 없는가....
집값에 밀려 위성도시에 살 수 밖에 없고 그래서 1호선으로 한 시간 반씩이나 걸려 통근해야 해서 늘 피곤하고.. 수시로 고장나는 지하철 덕에 근태가 좋지 않고..환승하다 마을버스에서 인대를 다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그러나 150만원 월급으로 가족 생활비가 부족해 일이 끝나고 제2의 아르바이트를 하는 혜미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상냥하지 않고 아주 열심히 일하지 않아 자주 잘렸다. 사직 시 부당해고를 언급하며 보상금을 받아내곤 했다. 나름의 생존전략이다.
은영은 혜미가 회사측의 보험처리 과실을 언급하자 엄청난 보상 금액을 요구하지 않을까 긴장하는데.. 혜미가 제시하는 소액의 보상금은 화자의 상황에 감정 이입한 독자를 머쓱하게 만든다.
오랜만에 잘 쓰인 소설의 힘을 느껴보는 좋은 경험이었다. 독후감을 마치며 제목을 다시 한번 훑어 본다. '자르기'... 라는 무서운 표현이 눈에 뜨인다.